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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감독들 "프로 7구단 창단, 지금이 최적기"

2017-09-08 11:21:02 | 작자:네이버 스포츠 | 출처: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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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좋은 선수들 내년 대거 드래프트... 이번 놓치면 기회 없다

[오마이뉴스김영국 기자]


▲  '최고 기대주' 정호영(190cm)과 박은진(188cm) 선수


"내년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신생팀 창단의 최적기다."

최근 여자배구 프로 구단과 고교 감독들이 기자에게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지난 4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내년 드래프트에 나올 고교 선수들의 면면으로 볼 때, 지금이 여자배구 신생팀 창단의 최적기"라고 단언했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다. 이 감독은 지난 2010년 제6구단으로 창단한 IBK기업은행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맡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V리그에 뛰어든 지 2시즌 만에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까지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6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정규리그 우승 3회, KOVO컵 우승 3회를 달성하며 여자배구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 감독은 "내가 볼 때도 내년 드래프트에 나올 고교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좋고 유망주들이 많다"며 "내후년에 정호영까지 합류한다면, 7년 전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들보다 훨씬 내용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IBK기업은행이 창단할 때는 2013년 OK저축은행이 창단할 때처럼 상위 순번 선수들을 한꺼번에 지명한 게 아니었다"며 "3개 학교 선수들만 지명하는 방식이라 더 불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인 드래프트와 기존 구단에서 보호 선수 제외하고 충원 받는 선수까지 구성을 잘한다면, IBK기업은행보다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며 "창단하려면 지금이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프로 구단의 A감독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현재 여자 프로 구단 감독들은 신생팀 창단의 최적기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소속 팀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겠지만, 여자배구가 지금 저변을 키우지 않으면 (김연경 은퇴 이후) 큰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여자배구 신생팀은 창단하기 어렵다"며 "KOVO(한국배구연맹)가 왜 남자배구 창단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8월 고교 1~2학년 유망주들로 구성된 여자배구 U18 세계선수권 대회의 대표팀을 이끌었던 조완기 대전용산고 감독도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선명여고 김양수 감독도 "IBK기업은행이 창단할 때보다 더 조건이 좋을 수 있다"며 "2~3년 후에는 V리그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자배구 인기, 도쿄 올림픽... 신생팀 '기업 홍보' 호재

여자배구를 둘러싼 여건도 최적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 최고 선수인 김연경의 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최근 여자배구 인기는 1970~80년대 르네상스 시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지난 7월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도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평일 낮인데도 3150명이 몰렸다. 주말에는 이틀 연속 4300개의 좌석 수를 훨씬 뛰어넘은 5000여 명이 입장했다. 매진을 넘어 입석표까지 동이 났다. 팬들은 경기장 곳곳의 통로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서서 관전했다. 계단까지 꽉 차 사람이 지나다닐 수도 없었다. 

월드그랑프리를 생중계한 스포츠 전문 케이블TV의 시청률 역시 여자배구 사상 역대급 기록을 달성했다. 중계방송사 캐스터들은 "프로야구 최고 인기 팀의 시청률과 맞먹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V리그 시청률도 여자배구는 평일 오후 5시라는 취약 시간대임에도 경기당 평균 시청률이 남자배구와 거의 비슷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화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스포츠 종목 대부분이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며 남자배구도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여자배구는 리우 올림픽 출전으로 주요 선수들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면서 직전 시즌보다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포털 사이트와 SNS 등 온라인에서도 최근 여자배구 관련 이슈가 프로야구 못지않는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여자배구가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경우 인기는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 창단 기업 입장에서도 홍보 효과가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

실력·스타성 갖춘 유망주들 '몰려 있다' 

▲  박혜민(180cm·선명여고)과 고의정(182cm·원곡고)



현재 고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유망주들을 살펴보면, 최대어인 정호영·박은진을 필두로 지난 8월 U18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주로 거론된다.

기자는 6일 CBS배 전국 남녀 중고배구 대회가 열리는 충북 단양군 문화체육센터를 찾았다. 이날 하루에만 여고부 5경기가 펼쳐졌다. 유망주로 거론된 선수들의 기량이 예사롭지 않았다.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2학년 선수로는 레프트 포지션에 정지윤(179cm·경남여고), 박혜민(180cm·선명여고), 고의정(182cm·원곡고)이 눈에 띈다.

정지윤은 몸놀림이 날렵하고 파워가 좋다.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등 모든 위치에서 다양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박혜민은 스윙 폼이 빠르고 간결하며, 수비력도 준수하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해 프로에서도 주목을 끌 가능성이 높다. 고의정은 파워와 서브가 강하다. 김단영(180cm·대전용산고)은 소속 팀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기대를 받고 있다.

라이트는 이예솔(178cm·선명여고), 심미옥(180cm·대전용산고), 문지윤(181cm·원곡고) 등이 경쟁 중이다. 

센터는 박은진(188cm·선명여고)이 손꼽힌다. 기량과 신장 면에서 여고 선수 중에 가장 출중하다는 평가다. 같은 2학년이지만, 1999년생으로 연령 제한 때문에 U18 세계선수권 엔트리에 들어갈 수 없었다. 

U18 세계선수권에서 맹활약한 이주아(185cm·원곡고)와 최민지(182cm·강릉여고)도 장래가 촉망되는 센터 자원이다.

세터는 박은서(174cm·수원전산여고), 이윤주(172cm·서울 중앙여고) 등이 유망주로 거론된다. 리베로는 김다희(172cm·원곡고), 김해빈(160cm·강릉여고), 한수아(167cm·선명여고) 등이 기대주이다. 

'장신 유망주' 꾸준히 등장... 세계 무대 '희망 있다'

▲  정지윤(179cm·경남여고)과 이주아(185cm·원곡고)


1학년 중에는 단연 정호영(190cm·선명여고)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프로 팀 감독들조차 "김연경의 뒤를 이을 재목감이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할 정도다. 장신임에도 점프력과 체공력, 순발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단양 문화체육센터에서 만난 정호영은 지난해보다 몸이 탄탄해지고 균형이 잘 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정호영은 지난해 9월, 만 15세의 중학생 신분임에도 여자배구 성인 국가대표팀에 전격 발탁돼 뜨거운 화제가 됐다. 2001년생인 그는 당시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에 출전하면서 역대 여자배구 최연소 국가대표 신기록을 세웠다. 비록 교체 멤버로 간간이 출전했지만, 국가대표팀에서 안목을 키운 이후 1년 사이에 기량이 더욱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호영은 배구협회의 전학 관련 제재 조치 때문에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출전이 가능하다. 현재는 프로 팀과 연습경기 때만 주 공격수로 뛰고 있다. 

선명여고 김양수 감독은 "프로와 연습 경기에서 (정)호영이가 들어갈 때와 나왔을 때, 팀 경기력에서 차이가 난다"며 "도쿄 올림픽과 그 이후까지 고려해서 정호영을 레프트 겸 라이트로 고정시키고, 센터는 안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호영이가 아직은 리시브 등 수비력에서 부족하지만, 꾸준히 연습을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U18 세계선수권에서 활약한 권민지(177cm·대구여고·레프트)도 1학년 유망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다현(185cm·서울 중앙여고·센터)과 김다은(180cm·일산여상·라이트)도 눈여겨볼 재목이다. 

여자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희망적인 부분은 장신 유망주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격 파워과 기술, 점프력과 탄력 등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신장 면에서는 세계 강팀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가고 있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 성인 국가대표팀은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하고 주전 공격진 5명의 평균신장이 188cm다. 레프트에 박정아 대신 이재영이 들어가면 186.2cm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공격진만큼은 세계 강팀들과 신장에서 큰 차이가 없다. 

프로구단 이기주의, 남자배구 우선주의 '걸림돌'

여자 프로배구는 지난 2010년 IBK기업은행의 창단 이후 7년이 지났다. 그러나 신생팀 창단은 없었다. 

중간에 제7구단을 창단할 기회도 있었다. 지난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일부 대기업에서 여자 프로배구단 창단 검토를 했었고, 의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이재영, 이다영, 하혜진, 문명화, 전새얀 등 유망주들이 다수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 프로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가로막았다. 당시 여자 프로 구단들이 담합에 가까운 반대 기류를 보였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팀 수가 늘어나면 경기 수준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좋은 신인을 신생팀에게 주기 싫다'는 속내를 감춘 핑계에 불과했다. 실제로 3년이 지난 지금도 경기 수준은 별반 달리진 게 없기 때문이다. 해마다 기존 구단에게 신인 선수들이 고루 배정됐지만, 개선된 부분이 거의 없다.

경기력 향상과 선수 육성을 위한 투자는 소극적이면서 자동으로 올라오는 신인 선수를 받는 시스템에 안주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의 좋은 선수들이 프로 구단에서 뛸 자리가 없어 임의탈퇴와 자유신분선수 등으로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모로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KOVO 고위 관계자들의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자 구단 창단을 우선 순위에 두고, 여자 구단 창단은 후순위에 두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조원태 KOVO 총재도 지난 7월 취임 일성으로 "남자 프로배구 리그가 8개 팀 체제로 운영될 수 있도록 남자 팀 창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자 팀 창단은 언급하지 않았다.

어물쩍거리다 또다시 창단 기회를 날려버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에 신생팀이 창단되려면 지금부터 기업 물색 등 검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내년에 추진하려고 하면 창단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프로 기반 확대... 유소년 '배구 선택'에 큰 영향

KOVO와 프로 구단의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애자 KOVO 경기운영위원회 위원은 "현재 KOVO는 신생팀 창단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며 "여자배구가 최적기라고 판단되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최근 KOVO 경기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따라서 KOVO컵과 V리그에서 경기감독관을 맡는다. 방송사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대회까지만 하고 그만두게 된다.

프로 구단들도 신생팀 창단에 반대하던 기류가 완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망주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신생팀에게 상위 순번 선수들을 배정해도 기존 구단들이 1~2명씩 충원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신생팀 창단이 프로배구 전체에 큰 이익이 된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장신의 어린 유망주와 부모들이 배구 선수의 길을 선택하는 데는 장래성을 주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역 프로배구 선수의 인기, 연봉 수준, 프로팀 수는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여자배구의 인기는 오름세에 있다. 연봉도 다른 여자 종목과 비교해서 톱 클래스다. 여기에 제7구단이 창단된다면, 국내 여자 프로 리그 중에 가장 많은 순수 프로 팀을 보유하게 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여자배구가 그렇다. '안된다'는 생각을 앞세우면 퇴보만 재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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