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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욱] FA컵에서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

2017-01-10 17:01:13 | 작자:서형욱 | 출처:네이버 스포츠
개요:FA컵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대회다. 정식 명칭이 FA 챌린지 컵인 이 대회는, 1871년 FA(잉글랜드 축구협회)의 주최로 시작된 이래 올해로 136회를 맞고 있다. 원칙적으로 잉글랜드 축구 10부 리그 내에 속한 모든 팀들에게 참가 기회를 열어둔 이 대회는 올 시즌에도 무려 736개 클럽이 참가해 우승으로 가는 경쟁을 치르는 중이다.

[뷰티풀게임=서형욱] FA컵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대회다. 정식 명칭이 FA 챌린지 컵인 이 대회는, 1871년 FA(잉글랜드 축구협회)의 주최로 시작된 이래 올해로 136회를 맞고 있다. 원칙적으로 잉글랜드 축구 10부 리그 내에 속한 모든 팀들에게 참가 기회를 열어둔 이 대회는 올 시즌에도 무려 736개 클럽이 참가해 우승으로 가는 경쟁을 치르는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팀들이 참가하는 것에 비해 대회 기간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팀들이 참가하는 3라운드가 매년 1월이 되어서야 치러지기 때문에 오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FA컵의 실질적인 시작은 매년 8월이다. 프리미어리그가 개막되기 전부터 하위 리그 클럽들끼리 상위 라운드에 올라가기 위한 혈투를 시작한다. 일종의 '예선 라운드'는 총 6개 라운드에 걸쳐 치러지는데 여기서 736개로 시작된 참여 클럽의 수가 124개로 대폭 줄어든다. 비프로리그인 5~10부 리그 클럽들의 경합은 이렇게 물밑에서 지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본선 라운드의 시작은 11월이다. 여기서는 앞선 예선라운드에서 걸러진 팀들에 3~4부 리그 소속 클럽들이 더해져 본선 1라운드(11월)와 2라운드(12월)를 치른다. 우리가 TV 중계로 만나는 3라운드는 매년 1월에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터 1부리그(프리미어리그)와 2부리그(챔피언십) 소속 클럽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한다. 그러니, 3라운드에도 남아있는 2부 리그 아래 레벨의 클럽들은 그야말로 험난한 길을 돌아 이곳까지 온 것이다. 

FA컵 주연은 EPL 아닌 하위 리그 클럽들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살아남은 팀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존재는 7부리그 소속의 스토어브릿지다. 영국 중부 스토어브릿지의 앰블코트를 연고로 하는 이 작은 클럽은 무려 141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다행히(?) 대진운도 좋아 3라운드에서 그래도 해볼만한 클럽인 4부리그(리그2) 소속의 위컴 원더러스(Wycombe Wanderers)를 만났는데 경기 종료 10분 전까지 1-1 동점으로 분전하다 아쉽게 1-2로 패하며 탈락했다. 


앞서 '다행히'란 단어에 물음표를 집어넣은 것은, 이들이 4부 리그 클럽을 만난게 딱히 '행운'이라고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위 리그, 특히 '프로'에 해당하는 1~4부 리그 바깥의 클럽들에게 FA컵은 '우승'이나 '8강' 따위를 노리는 대회라기보다는, 새로운 무대를 경험하는 기회의 장이라는 성격이 짙다.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라운드 밖에서 응원을 보내는 팬들까지, FA컵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클럽들과의 조우를 경험하길 꿈꾸는 것이다. 스토어브릿지 같은 경우, '전쟁 추모 경기장'이란 이름의 경기장을 홈으로 쓰는데 이 곳의 수용 규모는 2,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스산한 스탠드가 꽉 찬다해도 EPL 경기장 한쪽 면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뛰던 선수들에게, 수 만 명이 들어찰 경기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상대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이벤트일 것이다.


하위 리그 클럽들이 FA컵을 바라보는 자세는, 오늘 새벽 열린 FA컵 4라운드  대진 추첨식을 함께 시청하던 위컴 원더러스 선수들의 반응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7부리그 스토어브릿지를 힘겹게 누르고 4라운드에 진출한 위컴은, 대진 추첨식에서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될 차례가 되자 책상을 두들기며 잔뜩 긴장한다. 그러다 자신들이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토트넘 핫스퍼의 상대팀으로 확정되자 그야말로 뛸듯이 기뻐한다. 게다가 위컴은 홈이 아닌 런던 원정으로 4라운드를 치르게 됐으니 평생 EPL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는 두근거리는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장면은, 하위 리그 클럽들이 FA컵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7부리그 소속 스토어브릿지가 3라운드에서 4부리그 위컴을 만난 것을 '다행'이라고만 보지 않았던 이유다.) 

FA컵에서 하위 리그 클럽들이 종종 벌이는 '반란'은, 그래서 '멀리 보는' 상위 팀들과 '이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거는' 하위 리그 팀들의 입장 차에서 오는 낯설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3라운드에서 EPL 명문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4부리그팀 플리머스를 만나자 선발 라인업을 팀 사상 역대 최연소 XI으로 구성했다. 여러 대회를 치러야 하는, 그리고 FA컵 우승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클롭의 리버풀에게 FA컵 3라운드에서 만나는 4부리그팀은 전력을 다할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날 클롭이 낸 11명의 평균 나이는 21세 296일로, 이전 리버풀 최연소XI 기록이던 1965년 22세 303일을 무려 52년만에, 그것도 1세 이상 앞당겼다. (참고로 이날 리버풀 선발 명단 중 골키퍼 카리우스[1]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10명 등번호의 총합은 무려 367에 달한다!)


 

반면, 이 경기를 위해 리버풀의 안필드를 찾은 플리머스는 최정예 멤버로 11명을 꾸렸다. 4부리그 2위를 달리는 플리머스는 올 시즌 원정 경기 최소 실점(리그 11경기 8실점)을 기록 중인 팀. 음주운전사고로 어린이 2명을 죽여 징역 7년형을 받은 뒤 4년을 복역하느라 2008년부터 4년간 선수 경력이 끊겼던 주장 맥코믹 골키퍼가 수비의 핵심이다. 맥코믹이 뒤를 지키는 이들은 안필드 원정에서 골에는 그리 욕심이 없는 팀처럼 보였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리버풀이었지만, 과한 욕심을 내기 보다는 어떻게든 이들을 홈으로 데려가겠다는 마음이 앞선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FA컵은 90분간 무승부로 끝나는 경우, 연장전 없이 바로 재경기가 확정된다. 재경기는 원정팀의 홈 구장으로 가서 치러진다.) 점유율 이 무려 8:2에 육박했던 이 경기는, 슛팅수 28:4라는 압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0:0으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자 플리머스 원정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치 이 경기의 승자가 플리머스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기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비겨도 행복한 플리머스


플리머스의 데렉 아담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현실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he real world)!"면서 "우리 경기장 탈의실은 (안필드처럼) 럭셔리하지 않다. 임시 라커룸을 대령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군"이라며 홈 재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결국 리버풀은 오는 18일 플리머스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팀을 배출하지 못한 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이기도 한 플리머스는 교통이 좋지 않은 영국 남서부 해안에 위치해 있다. 15일, 이웃도시 맨체스터에서 맨유와 빅매치를 치른 뒤 18일 플리머스 원정, 그리고 사흘 뒤엔 다시 홈에서 스완지와 리그 경기가 있는 빡빡한 일정이다. FA컵을 포기할 수 없는 리버풀에게는 또다시 최연소 라인업을 낼 지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재경기인 셈이다. 



이처럼,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 클럽들간의 서로 다른 목표는 FA컵을 더 풍요롭게 하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7부 클럽 스토어브릿지는 탈락했고 4부 클럽 플리머스는 재경기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밝지 않지만 FA컵 4라운드에는 여전히 빅 클럽들과의 기회가 남아있는, 그래서 유쾌한 경험과 반전의 꿈을 버리지 않는 클럽들이 여럿 남아있다. 이미 4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팀들 가운데에는 4부 리그 소속 클럽이 가장 낮은 레벨이다. 그 중 위컴은 앞서 소개했던대로 토트넘과, 애크링턴은 미들즈브러와 각각 EPL 홈으로 찾아가 원정 시합을 치르며, 아직 재경기를 남겨둔 팀들 가운데에는 4부 리그 소속의 서튼 유나이티드와 링컨 시티가 새로운 모험의 기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2016/17 FA컵의 장도가 이 작은 클럽들의 존재로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다. 


<2016/17 FA컵 4라운드 대진>
- 괄호는 소속 리그 레벨, 왼쪽이 홈 


토트넘 핫스퍼 (1) vs 위컴 원더러스 (4) 

더비 카운티 (2) vs 레스터 시티 (1) 

옥스포드 유나이티드 (3) vs 버밍엄 (2) 또는 뉴캐슬 (2) 

서튼 유나이티드 (5)또는 윔블던 (3) vs 리즈 유나이티드 (2) 

리버풀 (1) 또는 플리머스 (4) vs 울버햄턴 원더러스 (2) 

사우스햄턴 (1) 또는 노리치 시티 (2) vs 아스널 (1) 

입스위치 타운 (2) 또는 링컨 시티 (5) vs 브라이튼 호브 알비언 (2) 

첼시 (1) vs 브렌트포드 (2) 

맨유 (1) vs 위건 애슬레틱 (2) 

밀월 (3) vs 왓포드 (1) 

로쉬데일 (3) vs 허더스필드 타운 (2) 

번리 (1) 또는 선덜랜드 (1) vs 플릿우드 타운 (3) 또는 브리스톨 시티 (2) 

블랙번 로버스 (2) vs 블랙풀 (4) vs 반슬리 (2) 

풀럼 (2) vs 헐시티 (1) 

미들즈브러 (1) vs 애크링턴 스탠리 (4) 

크리스탈 팰리스 (1) 또는 볼턴 원더러스 (3) vs 맨시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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