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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지단호 레알의 무패 행진이 특별한 이유

2017-01-06 15:03:22 | 작자:한준 | 출처:네이버 스포츠
개요:2017년 유럽축구. 2016년에서 넘어온 기록 행진의 끝이 보이고 있다. 첼시의 연승 행진은 13경기에서 끝났지만, 레알마드리드의 무패 행진은 38경기째 계속됐다. 레알마드리드는 2017년 첫 일정인 세비야와 ‘2016-17 스페인 코파델레이’ 16강 1차전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공식전 무패 기록을 38경기로 늘렸다.


[한준의 티키타카] 2017년 유럽축구. 2016년에서 넘어온 기록 행진의 끝이 보이고 있다. 첼시의 연승 행진은 13경기에서 끝났지만, 레알마드리드의 무패 행진은 38경기째 계속됐다. 레알마드리드는 2017년 첫 일정인 세비야와 ‘2016-17 스페인 코파델레이’ 16강 1차전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공식전 무패 기록을 38경기로 늘렸다.


세비야전은 홈에서 치렀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휴식기 이후, 지네딘 지단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부상 중인 가레스 베일을 포함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까지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수비진의 중심인 세르히오 라모스도 컨디션이 온전치 않다고 판단되자 쉬게 했다. 골문도 코파델레이에는 출전을 보장한 키코 카시야가 맡았다.


세비야는 올 시즌 라리가 무대에서 레알,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의 3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팀이다. 현재 리그 3위. 레알이 클럽월드컵 일정으로 한 경기를 덜치렀지만, 승점 차이가 4점에 불과하다. 이런 세비야를 상대로, 구단 자체 신기록은 세웠으나 당장 지난 해 바르셀로나가 기록한 39연속 무패를 넘어설 수 있는 시점에 내린 결단으로는 과감하다. 이는 지단 감독이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팀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클럽월드컵 우승에도 지단호의 밀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없다. 영원할 수 있는 기록은 없다. 한 번은 질 타이밍이 온다. 특히 클럽월드컵에 참가하는 팀들은 그 동안 마치 시즌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동기 부여에 문제를 겪어 왔다.


혹자는 1992년 유러피언컵이 챔피언스리그로 재편된 이후 ‘연속 우승’팀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 클럽월드컵의 존재를 꼽기도 한다. 주제프 과르디올라가 이끈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뮌헨도 이 덫을 피하지 못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재임 시절 레알도 라데시마 달성 이후 클럽월드컵 왕좌에 들며 연승 신기록을 세웠으나 그 뒤로 무너졌다.


그래서 였을 지도 모른다. 지단 감독은 세비야와 경기에 알바로 모라타, 마르코 아센시오,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BBC 트리오의 그늘에 있는 선수들을 내세웠다. 이적설에 시달려 온 하메스는 두 골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이름값을 했다. 페페와 라모스가 빠진 수비 라인에서는 라파엘 바란과 나초 등 젊은 콤비가 무실점 수비를 했다. 바란은 골맛도 봤다. 지단 감독은 후반 교체 투입 공격수로 벤제마 대신 마리아노 디아스에게 기회를 줬다.


이 선수들이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히 기회를 주며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지단 감독은 올 시즌 균형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몇몇 주전 선수들이 시작부터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팀이 한 두 명의 주축 선수에 의해 좌우되는 일을 막고자 한 것이다. 지단 감독은 그 자신이 선수 시절 최고의 스타였다. 일각에서는 지단 감독이 부임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스타 선수들의 마음을 잘 다독일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그것도 사실이다. 지단 감독은 레알의 훈련장 분위기를 어느 때보다 편하게 만들면서 선수들이 즐길 수 있게 해줬다.



▦ 조화를 만들 줄 아는 감독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타 선수과 나머지 선수들 사이의 심리적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기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개인이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늘 팀으로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더 좋아했다.”


지단 감독은 마르세유턴으로 대표되는 현란한 기술의 주인공이었지만, 중원에서 팀 전체 플레이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였다. 솔로 플레이에도 강하지만 동료 선수들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더 빛난 미드필드 스타다.


지단은 감독이 되기 전 수 많은 명장과 직접 일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을 찾아가 면담을 나누기도 했던 지단은 기본적으로 소유와 패스라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따르지만, 안첼로티 감독과 마찬가지로 선수의 개별 스타일을 존중하고,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기 보다 능동적으로 문제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갖췄다.


이미 개인 기술이 완성된 최고의 기술자들을 보유한 지단 감독은 지난 여름 레알 부임 후 처음 맞은 프리시즌 기간 4-4-2 블록을 중심으로 한 수비 전술을 다듬는데 주력했고, 안토니오 핀투스 코치를 영입해 선수들이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는데 공을 들였다. 겨울 휴식 기간에도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전적으로 핀투스 코치에 일임했다.


지단의 팀은 25인 스쿼드 중 벌써 22명의 선수에게 리그전 출전 기회를 줬고, 2군 소속이 아닌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경기에 나선 선수는 부상 기간이 길었던 카세미루(5경기)다. 포백 앞을 지키는 카세미루는 지단 감독에게 매우 중요한 수비 전술의 열쇠다. 2015/2016시즌 후반부 지단 전술의 핵이었다. 이는 전체 선수들에게 대체로 고르게 출전 기회가 돌아갔다는 것을 뜻한다. 부상에서 늦게 회복한 파비우 코엔트랑, 세 번째 골키퍼 루벤 야네스 등 두 명 만 라리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세비야에 3-0 완승을 거둔 레알은 지난 해 FC바르셀로나가 기록한 39연속 무패 기록에 1경기 차이로 다가섰다. 바르사가 남긴 기록은 스페인 라리가 클럽이 남긴 공식 경기 최다 연속 무패다. 공교롭게도 바르사를 ‘아홉수’에 빠지게 한 팀이 지단의 레알이었다. 지단 감독은 레알 1군 부임 후 3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라파 베니테스 감독 재임 기간 이미 점수 차가 적지 않게 벌어져 라리가 우승은 놓쳤으나, 1점 차까지 좁힌 아쉬운 준우승이었다. 스페인 챔피언이 되지 못했으나 유럽 챔피언, 그리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슈퍼컵, 그리고 FIFA클럽월드컵 화려한 트로피를 레알 진열장으로 가져왔다.


▦ 레알의 역사를 새로 쓰는 지단호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는 지단을 2016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2016년 1월 레알 지휘봉을 잡은 지단이 감독으로 남긴 1년 간의 기록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새로 쓴 기록도 많다. 그는 부임 후 첫 라리가 20경기에서 17승을 거뒀는데, 이는 최고 기록이다. 1년 간 진 경기가 단 두 차례. 승률은 77%에 달하며, 라리가에서 16연승 기록도 세웠다. 구단 신기록이며, 과르디올라의 바르사가 세운 기록과 동률이다. 2016/2017시즌을 기준으로 해도 현재 27경기째 무패로, 역시 구단 신기록이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은 “레알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고 자부했다. 지단 감독이 레알 1군지휘봉을 잡았을 때, 선수 시절의 화려한 경력으로 무임승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스타 선수 출신 감독은 요한 크라위프처럼 대성한 경우보다 디에고 마라도나처럼 처참하게 실패한 경우가 많다. 지단 감독은 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호날두는 “지단을 그동안 선수로 존경해왔는데, 지금은 감독으로 존경하고 있다”고 했다.


라모스도 지단은 “느낌이 있다”며 특별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선수 지단을 지도한 바 있으며, 레알 감독 시절 지단을 코치로 대동했던 안첼로티 감독은 “지단은 지금 자리에 오기 위해 엄청난 공부를 했다”고 했다. 비센테 델보스케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운이 좋다며 누군가의 노력을 깎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단은 과소 평가 받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 지단의 레알, 유럽 5대리그 무패 신기록 세울까?


유럽 축구의 전체 역사를 봐도 지단호의 무패 행진은 특별하다. 유럽 5대리그(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를 기준으로 공식전 최다 연속 무패 기록을 보유한 팀은 이탈리아 세리에A 클럽 유벤투스다.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치른 43경기에서 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기 유벤투스는 유럽클럽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유벤투스의 기록은 2010/2011시즌 마지막 일정이었던 나폴리와 세리에A 경기부터 시작된 무패다. 이 경기 이후 루이지 델네리 감독이 사임하고 안토니오 콘테가 새로 부임했다. 리그 7위로 시즌을 마친 유벤투스는 2011/2012시즌을 온전히 자국 무대에서 보내야 했다. 콘테는 유벤투스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1년 9월 파르마와 2011/2012시즌 리그 개막전부터 43경기 동안 지지 않았다. 2012년 5월 나폴리와 코파이탈리아 결승전에서 0-2로 석패했다. 세리에A에서는 38전 23승 15무로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유벤투스는 43경기에서 27승 16무를 기록했다. 지단의 레알은 38경기에서 30승 8무를 기록했다. 이긴 경기의 비율이 훨씬 높다. 유벤투스 다음으로 장기간 지지 않은 팀은 또 다른 이탈리아 클럽 AC밀란이다. 1992년부터 1993년 사이 42경기에서 지지 않았다. 당시의 밀란 역시 유럽클럽대항전에 징계로 인해 참가하지 못하면서 자국 리그에만 온전 집중할 수 있었다는 일정상의 이점이 있었다. 이때 밀란도 1991/1992시즌 자국 리그 무패 우승을 이룰 수 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여정이 무패 행진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지단의 레알이 이룬 무패의 난이도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유벤투스와 밀란 다음으로 오랫동안 지지 않은 유럽 5대리그 클럽은 1978년의 잉글랜드 노팅엄포레스트다. 그 유명한 브라이언 클러프의 팀이다. 1978년 3월부터 12월까지 지지 않았다. 잉글랜드 1부리그와 리그컵, 채리티실드(현 커뮤니티실드)에서 우승했다. 이듬해에 유러피언컵도 거머쥐었다. 챔피언스리그 등 다양한 대회를 통틀어 무패 행진을 유지한 것은 루이스 엔리케의 바르사도 마찬가지다. 바르사가 39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갈 때도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단의 레알은 아직 이 두 팀의 기록에 닿지 못했다. 바르사의 기록과 동률을 이루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레알은 한국시각으로 7일 밤 9시 그라나다와 라리가 경기를 치른다. 그라나다는 현재 리그 최하위. 안방에서 레알이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라나다를 잡게 되면 아홉수다. 40경기째 무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일 새벽으로 예정된 세비야 원정 코파델레이 16강 2차전 경기가 스페인 기록 달성의 최대 고비다.



문제는 곧바로 16일 새벽에 세비야와 라리가 원정 경기도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도 이쯤되면 지단의 레알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레알 입장에서는 이미 3-0으로 이겨 둔 코파델레이 보다 라리가 경기가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1월에만 세비야와 세 번 만난다. 이 세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미션이다.


지단은 기록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은 시즌 전체의 균형과, 시즌 마지막시점의 결과다. 무패 기록이 끊기고, 그 기록이 신기록이 아니라고 해서 지단의 레알이 가진 특별함이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패배가 때로는 최고의 선생님이다. 지단의 레알이 지금처럼 단단해진 배경에는 지난 해 2월 말, 지단의 첫 번째 패배였던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의 마드리드 더비 안방 패배가 있었다. 이 경기 이후 카세미루 시프트가 가동됐고, 이 기세를 타고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했다.


세비야는 올 시즌 라리가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큰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BBC 트리오를 중심으로 한 4-3-3 전술을 기반으로 시작해 이들이 없을 때에도 기능할 수 있는 4-4-2 전술을 올 시즌 도입하고, 측면을 강화한 3-5-2 전술까지 확장하는 과정에서 지단의 레알은 유연성이 커지고 있다. 세비야와의 연속 경기는 감독 지단의 전술적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도약대가 될 것이다.


레알이나 바르사와 같은 팀을 이끌게 되면, 감독들은 승리와 우승이라는 결과에도 ‘선수빨’ 논란을 겪게 된다. 지단 감독에게 세비야전은 이 숙제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 10년 간 라리가를 지배한 팀은 바르사다. 10시즌 동안 6번 우승했다. 레알은 2011/12시즌 우승 이후 4년 동안 타이틀을 되찾지 못했다. 올 시즌 지단호의 최우선 목표는 라리가 챔피언이다. 현재 흐름이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라리가에 이어 코파델레이 트로피까지 들어올린다면 지단호는 확보 가능한 모든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글=한준 (풋볼리스트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스페인 마르카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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