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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EPL-20R] 넘어진 첼시, 다시 뛸 수 있을까?

2017-01-05 16:59:34 | 작자:손병하·김태석·임기환·안영준·조남기 기자 | 출처:네이버 스포츠
개요:전속력으로 뛰다가 넘어지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걸으면 넘어질 일이 없다. 빠르게 뛰기 때문에 균형을 잃을 수도 있고, 돌부리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뛰다가 넘어지는 건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고 어떤 면에서 당연하기까지 한 일이다. 문제는 일어선 뒤 다시 뛸 수 있느냐다. 넘어진 충격으로 다시 뛰지 못하고 걷는다면, 이게 더 큰 문제다. 걸으면 속도는 더디게 마련이고, 더디면 추격자들에게 잡힌다.


(베스트 일레븐)

전속력으로 뛰다가 넘어지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걸으면 넘어질 일이 없다. 빠르게 뛰기 때문에 균형을 잃을 수도 있고, 돌부리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뛰다가 넘어지는 건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고 어떤 면에서 당연하기까지 한 일이다. 문제는 일어선 뒤 다시 뛸 수 있느냐다. 넘어진 충격으로 다시 뛰지 못하고 걷는다면, 이게 더 큰 문제다. 걸으면 속도는 더디게 마련이고, 더디면 추격자들에게 잡힌다.

첼시가 연승 행진을 14로 늘리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단일 시즌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었던 13연승까지 성공한 첼시는 토트넘 홋스퍼에 덜미를 잡히며 14연승에 실패했다. EPL 역사상 가장 높은 연승 고지엔 닿지 못했으나, 13연승을 구가하며 첼시가 보인 축구는 분명 강했고 인상적이었다. 정말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연승이 깨졌다고 팀 밸런스가 깨져선 안 된다. 다시 곧장 일어서서 달려야 한다. 뛰지 않고 걸으면 머잖아 추격자들에게 따라잡힌다. 첼시에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 토트넘 홋스퍼 2-0 첼시
-. 2017. 1. 5. 화이트 하트 레인
-. 득점: 전반 45+1분·후반 9분 알리(이상 토트넘)


포체티노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고심 끝에 꺼내든 포메이션은 지난 라운드와 마찬가지로 플랫 3였다. 유사 전형을 사용하는 첼시에 맞불을 놓기로 작정한 셈이다. 포체티노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그리고 토트넘은 승리했다. 또한 첼시전 포함 플랫 3을 사용했던 EPL 세 경기서 2승 1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더해 2015년 이후 근 2년 만에 첼시를 상대로 승리를 따는 기쁨까지 누렸다.

콘테 첼시 감독은 EPL 13연승을 일군 베스트 멤버를 그대로 기용했다. 특별한 플랜을 세우기보다는 익숙함에서 연출되는 강함을 믿은 듯하다. 그러나 중원 싸움이 녹록지가 않았다. 완야마는 캉테와 벌인 중원 싸움에서 승리했고, 드리블러 기질이 있는 뎀벨레는 푸른 사자들 사이를 적절하게 휘저었다. 플랫 3의 핵심인 사이드 라인에선, 양 팀의 네 선수(로즈 VS 모지스, 워커 VS 알론소)가 각기 일기토에 가까운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 직후 공개된 히트맵으로 봤을 때, 토트넘 윙백들이 첼시 측면의 전진을 상당 부분 저지했다는 게 입증됐다.

두 번의 득점 장면은 놀랍도록 유사했다. 에릭센의 부드러운 발끝이 알리의 머리를 거쳐 골로 탈바꿈됐다. 토트넘이 깔끔하게 상황을 해결한 반면 첼시는 대처가 미온했다. 아스필리쿠에타와 모지스는 라인 컨트롤 미스 혹은 맨마킹 실패로 2실점의 화를 불렀다. 반대편 센터백 케이힐의 위치가 어정쩡한 측면도 나비 효과로 작용했다. 또한 알리(188㎝)가 신장 우위를 바탕으로 아스필리쿠에타(178㎝)·모지스(177㎝) 사이를 지능적으로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첼시는 지난 스토크 시티전처럼 ‘하늘길’ 차단에 실패하며 실점을 막지 못했다.



Match Told: 리스타트 버튼을 누른 콘테

끝내 첼시가 패했다. 콘테 감독은 공격적 교체를 지속적으로 단행하며 반전을 도모했지만 후반 말미에 들어선 어느 정도 체념한 표정이 역력했다. 콘테 감독은 연전연승 와중에도 첼시가 향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거라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것이 처음으로 현실이 된 게 이날 토트넘전이었다.

콘테 감독은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경기가 적절한 균형 속에 진행됐다고 본다. 두 개의 좋은 팀은 각자의 승리를 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또한 서로를 압박했다”라면서, “토트넘을 멈추지 못해 유감이지만 그들은 강하다. 시즌 막판까지 EPL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다”라고 경기 총평을 전했다.

첼시가 복기해야 할 부분도 정확히 꼬집었다. 콘테 감독은 “실점 장면을 확실하게 보진 못했다. 그러나 상대가 좋은 크로스와 헤더 슛을 했다는 건 안다. 우리는 하루 혹은 이틀에 걸쳐 경기 하이라이트를 볼 것이다. 두 골이나 실점했다면 향상돼야만 한다”라면서, “리그는 터프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져야 한다. 패배는 일어날 수 있다. 이 상황 속에서 재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패배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 에버턴 3-0 사우샘프턴
-. 2017. 1. 3. 세인트 마리스 스타디움
-. 득점: 후반 28분 발렌시아, 후반 36분 베인스, 후반 44분 루카쿠(이상 에버턴)


첼시에 코스타, 아스널에 산체스가 있다면 에버턴엔 루카쿠가 있다. 루카쿠는 이날 세 번째 골을 포함한 활약으로 맨 오브 더 매치에 올랐다. 아게로와 리그 득점 공동 4위(11골), 공격 포인트 단독 4위(15개)를 기록 중인데, 이는 에버턴 선수 중 단연 으뜸가는 활약이다. 쿠만 에버턴 감독이 경기 후 언급했듯 승부의 분수령에서 균열을 낸 건 후반 16분 발렌시아의 투입이었다. 발렌시아가 들어가면서 에버턴 전체의 템포가 빨라졌고, 결국 교체 투입 11분 만에 골까지 넣으며 사우샘프턴을 무너트렸다. 이 득점을 시발점으로 에버턴은 정확히 8분 간격으로 두 골을 더 넣으며 완승을 완성했다.

루카쿠는 이날 활약으로 EPL 현역 빅 3 스트라이커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현역 기준으로 EPL 통산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는데, 총 54골을 넣어 맨체스터 시티의 아게로(77골), 토트넘 홋스퍼의 케인(59골) 다음가는 기록이다. 물론 현재 폼으로 따지면 서두에 언급한 두 선수와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골잡이보다 낫다고 보긴 힘드나, 최근 네 시즌 간 그가 보인 꾸준함은 EPL 톱급 스트라이커로 꼽기엔 모자람이 없다. 루카쿠는 특히 원정에서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원정 팀 득점 대비 개인 골 비율은 유럽 리그 전체 3위다. 에버턴이 원정에서 넣은 열세 골 중 일곱 골을 몰아치며 54%의 원정 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 부문 1위와 2위는 파리 생제르맹 카바니와 코스타다. 각각 67%(열다섯 골 중 열 골)와 57%(열네 골 중 여덟 골)를 기록하고 있다.



Match Issue: 판할 못잖은 ‘쿠만 유치원’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던 판 할 감독은 유망주에게 적지 않은 기회를 주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대개 유망주를 중용하지 않고 완성된 선수를 선호하는 무리뉴 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는 성향이 다르다. 판 할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임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유망주와 관련해 의미 있는 기록을 쓴 게 이색적이다. 판 할 감독은 EPL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십대 선수를 투입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5월 열렸던 본머스전으로, 이 경기에서 보스윅-잭슨과 래쉬포드라는 여물지 않은 십대 선수 두 명을 집어넣었다. 래쉬포드 같은 경우엔 이 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세계가 주목하는 톱 클래스 틴에이저에 오른 바 있다.

이번엔 쿠만 감독이 판 할 감독의 뒤를 이어 EPL 역사상 두 번째로 십대 선수를 두 명이나 투입한 기록을 만들었다. 쿠만 감독은 칼베르트-레윈과 데이비스를 사우샘프턴전에 투입했다. 더군다나 두 선수 모두 선발이었다. 에버턴으로선 대단히 중요한 박싱 데이 경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모험수가 아닐 수 없다. 쿠만 감독의 모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선발로 나선 열여덟 살의 데이비스가 풀타임을 소화하며 도움을 기록한 것이다. 열아홉 살 칼베르트-레윈 같은 경우엔 경기 시작 11분 만에 부상을 당하며 미랄라스와 교체됐지만, 이번 시즌 쿠만 감독의 신임 속에 리그 네 경기에 출전 중이다. 셰필드에서 지난해 8월 영입된 그는 잉글랜드 U-20대표팀 소속으로 여섯 경기 세 골을 기록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승우보다 5개월가량 어린데 지난 시즌 1군에 데뷔한데 이어 이번 시즌도 여섯 경기에 출전했다. 칼베르트-레윈보다 한 단계 낮은 잉글랜드 U-19대표팀 소속이다.


■ 맨체스터 시티 2-1 번리
-. 2017. 1. 3. 이티하드 스타디움
-. 득점: 후반 13분 클리시, 후반 17분 아게로(이상 맨체스터 시티), 후반 25분 미(번리)


맨체스터 시티가 페르난지뉴의 퇴장 탓에 긴 시간을 열 명으로 싸워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페르난지뉴의 퇴장은 분명 아쉬움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일정이 빡빡한 시기인데, 나머지 10명의 동료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체력 소모를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페르난지뉴는 14라운드 첼시전 퇴장으로 15·16·17라운드에 결장했는데, 복귀 후 세 경기 만에 치른 20라운드서 다시 퇴장을 당하며 또 결장을 예고했다. 이는 페르난지뉴 없는 대안에서 간신히 페르난지뉴를 합류한 본 스쿼드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전술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적지 않다.

페르난지뉴가 풍부한 활동량과 거친 압박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 넣는 스타일이다 보니, 아무리 초호화 스쿼드를 갖춘 맨체스터 시티라 하더라도 전력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맨체스터 시티는 권도간·델프·사네 등이 부상으로 이탈해 2선이 많이 붕괴된 상황이다. 이 같은 시점서 페르난지뉴의 퇴장은 분명 뼈아프다. 퇴장 장면이 위험 지역도 아니었으며, 그토록 깊은 태클을 할 만큼 중요한 순간도 아니었기에 더욱 그렇다. 맨체스터 시티가 값진 승리로 승점 3점을 얻었음에도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유다.



Match Issue: 페르난지뉴, 맨시티를 최다 레드카드 팀으로

페르난지뉴가 자신의 시즌 두 번째 레드카드를 수집하면서, 맨체스터 시티는 3일 현재 이번 시즌 EPL서 가장 많은 레드카드를 받은 팀이 됐다. 맨체스터 시티는 안방서 열렸던 5라운드 본머스전서 4-0 대승의 기쁨을 반감시키는 놀리토의 퇴장으로 시즌 1호 퇴장을 경험했다. 이후엔 한동안 퇴장자가 나오지 않았다. 리그 최다 퇴장 팀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은 남의 일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11월부터 점점 수집 횟수가 늘어났다. 심지어 14라운드에선 한 경기에서 두 명의 퇴장자가 나왔다. 공격수 아게로가 후반 막판 첼시 수비수 루이스에게 발등을 높이 드는 위험한 태클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태클에 흥분한 양 팀 선수들이 서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이 과정서 화를 참지 못한 페르난지뉴가 파브레가스에게 해서는 안 될 손찌검을 해 또 다시 쫓겨났다. 1-3으로 패했던 맨체스터 시티는 승점도 잃고 선수 두 명도 잃는 씁쓸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페르난지뉴는 세 경기를 쉬고 돌아와 세 경기 째를 치른 20라운드서 다시 퇴장을 받으며 팀의 네 번째 퇴장 기록을 달성하고 말았다. 한편 맨체스터 시티(4장)의 뒤를 잇는 팀은 총 3장의 레드카드를 받은 선덜랜드·왓퍼드·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이다.
 

■ 미들즈브러 0-0 레스터 시티
-. 2017. 1. 3. 리버사이드 스타디움
-. 득점: 없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대단히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기였다. 좋은 쪽으로 설명하자면, 슈팅수가 9대9로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는 뜻이다. 나쁜 쪽으로는 양 팀 모두 어이없는 슈팅으로 찬스를 무산시켜 경기의 재미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가히 경기당 한 골을 넘기지도 못하거나, 겨우 넘는 팀들의 대결답게 지켜보는 이들은 박진감을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기거나 골문 근처에서 힘이 실리지 못한 채 이뤄졌다. 일일이 슈팅 상황을 거론하기에는 주요한 장면이 너무도 없는 경기였다.

바디와 슬라마니라는 확실한 투톱 없이 승부를 펼친 레스터 시티야 그렇다 치더라도, 네그레도·라미레스 등 내세울 수 있는 공격 자원을 총동원한 미들즈브러의 빈공은 정말 심각하게 느껴진다. 비단 이날 레스터 시티전 뿐만 아니라 지난 한달 동안 치른 일곱 경기에서 단 두 골만 성공시키는 허약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놀랍다.



Match Told: 자화자찬하는 두 팀 감독

미들즈브러의 심각한 빈공과 힘을 잃은 올 시즌 레스터 시티의 경기력을 감안하면 그리 기뻐할 일도 아닌 듯한데, 어쨌든 양 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결과에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뜻을 내비쳤다. 라니에리 감독은 ”우리는 최소한 승점 1점을 노리고 왔다. 수비를 아주 잘했고, 좋은 정신력을 보였다. 단단하고 강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무승부에 만족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카랑카 미들즈브러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카랑카 감독은 ”우리는 레스터 시티가 리그 우승팀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대단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있다“라며 강적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친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다. 본래 목표치를 낮게 잡고 왔다고 언급했으나, 라니에리 감독은 내심 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어내려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야만 중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랑카 감독도 마찬가지다. 카랑카 감독은 “세 골을 넣을 수 있었으나, 골을 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 내용상 레스터 시티보다는 좀 더 과감한 공격을 펼친 팀이 바로 미들즈브러였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 말이 더 본심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하다. 언뜻 봐도 만족스럽지 못할 결과에 만족하는 두 감독의 모습은 왠지 억지 춘향 식이라는 느낌이 든다
 

■ 선덜랜드 2-2 리버풀
-. 2017. 1. 3.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 득점: 전반 25분·후반 39분 데포(선덜랜드), 전반 20분 스터리지, 후반 27분 마네(이상 리버풀)


흥미로운 경기였다. 리버풀이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자랑하듯 화끈한 공격 퍼포먼스로 앞서가면, 선덜랜드가 베테랑 공격수 데포의 노련미를 앞세워 기어이 곧바로 따라가는 흐름이었다. 리버풀이 전반 8분 만에 두 번의 슈팅으로 마노네를 놀라게 할 때나, 전반 20분 스터리지가 감각적 헤딩 골로 먼저 홈팀의 기를 죽일 때만 해도 리버풀의 쉬운 승리가 점쳐졌다. 리버풀이 선덜랜드 수비진 깊숙한 곳에서도 조직적 플레이로 손쉽게 찬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선덜랜드엔 데포가 있었다. 데포는 실점 5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승부 균형추를 맞췄다. 미뇰레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음에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깔끔한 슛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의 상승세는 만만치 않았다. 리버풀은 후반 27분 마네가 세트피스 상황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선덜랜드가 은동과 보리니 등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선덜랜드의 아쉬운 패배로 기록되려는 순간이었다. 다시 데포가 불을 뿜었다. 데포는 후반 39분 또 다시 미뇰레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하는 페널티킥 골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환하게 만들었다. 결국 리버풀의 상승세와 이에 맞선 데포의 두 방이 팽팽한 균형을 이룬 한판이었다.



Match Issue: 꾸준한 득점 데포, 주무기는 PK?

데포의 득점 행진이 놀랍다. 강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리버풀을 상대로도 멀티 골을 넣는 기염을 토했다. 데포는 현재까지 리그 전 경기(20경기)에 출전해 열한 골을 뽑았는데, 그가 1982년생의 노장임을 감안하면 더욱 눈길이 가는 기록이다. 데포는 팀이 강등권에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번 제 몫을 톡톡히 하며 ‘클래스’를 입증 중이다.

그러나 기록을 자세히 살펴봐야할 부분이 있다. 언급했듯 데포는 11골로 득점 랭킹 6위에 올라있는데, 이 중 다섯 골이 페널티킥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14골로 득점 1위를 달리는 첼시의 코스타는 페널티킥 득점이 하나도 없으며, 13골을 기록 중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브라히모비치도 페널티킥 득점은 하나뿐이다. 심지어 득점 랭킹 10위까지 선수들 중 페널티킥 비중이 4골 이상인 선수도 데포 말고는 없다.

물론 페널티킥 득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선덜랜드로선 이처럼 페널티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자원도 가뭄의 단비다. 그러나 연달아 터지는 데포의 득점포로 그의 부활을 외치기엔 필드 골 비중이 다소 적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이날 데포는 페널티킥을 제외한 필드 상황서 골키퍼와 마주한 결정적 찬스를 어이없게 놓치는 등 팀의 동점 기회를 무산시킨 바 있다. 데포가 EPL 내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골잡이로 인정받으려면, 더 많은 필드 골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1-3 헐 시티
-. 2017. 1. 3. 더 호손스
-. 득점: 전반 21분 스노드그래스(헐 시티), 후반 4분 브런트, 후반 16분 맥컬리, 후반 28분 모리슨(이상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스완지 시티와 EPL 꼴찌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헐 시티는 어느 시점부터 플랫 3을 사용하며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라운드도 포메이션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승리가 없는 것도 매한가지였다. 경기 시작은 좋았다. 초반부터 프리킥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던 스노드그래스가 엘모하마디의 택배를 선물 받아 그라운드 위 누구보다 먼저 골 망을 갈랐다. 음보카니·디오망데가 형성한 더블 포워드 라인도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WBA)에 제법 효험을 발휘하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헐 시티는 후반에 들어서자 안 좋은 의미로 다른 팀이 됐다. 공을 쥐고 경기를 진행하긴 했는데, 수비 진영의 집중력 저하가 심각했다. 필립스의 발끝에서 시작된 두 번의 코너킥 상황서 브런트·맥컬리에게 거푸 헤더 득점을 허용했고, 마지막 실점 장면에선 롭슨-카누의 왼발 크로스를 맥과이어가 정갈하게 처리하지 못하며 모리슨에게 다시금 골을 헌납했다.

더 호손스로 원정을 떠났음에도, 헐 시티는 분명 용감하게 싸웠다. 볼 점유율도 홈 팀을 압도했고, 패스 성공률·슛 횟수·공중 볼 경합 승률 등 모든 수치에서 WBA를 상회했다. 그러나 중요한 두 가지를 놓쳤다. 골이 부족했고 실점을 막지 못했다. 한 시즌 만에 다시 챔피언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헐 시티는 패인을 분석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시즌 말미까지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Match Issue: 니욤, 네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WBA엔 경기 중 예상치 못한 일이 한 차례 발생했다. 이른 실점도 위기 상황 중 하나였지만, 센터백 에반스가 부상 때문에 전반 30분경 그라운드를 떠났기 때문이다. 풀리스 WBA 감독은 역시나 니욤 카드를 꺼내들었다. 판단은 정확했다. 시즌 내내 포지션을 가리지 않으며 주전급 수비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니욤은 100%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며 경기 중간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을 뽐냈다.

늘 든든한 니욤 덕택에 기쁘지만, WBA는 사실 긴장이 된다. 이날 경기서 장딴지 부상을 입은 에반스의 복귀 시기가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니욤 또한 WBA와 잠시 이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때문이다.

사실 니욤은 리버풀 마티프 등과 더불어 카메룬의 네이션스컵 일정에 불참하겠다고 자국 감독 브루스에게 사전에 이야기한 바 있다. 소속 팀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일(한국 시각) <카메룬 풋볼>에 따르면, 브루스 감독은 지금까지도 두 선수의 합류를 기다린다는 뜻을 내비쳤다. 만일 니욤이 마음을 돌려 카메룬에 합류할 경우, WBA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서 수비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뜻하지 않은 수비 자원을 영입해야 할 수도 있다.


■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0-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2017. 1. 3. 올림픽 스타디움
-. 득점: 후반 18분 마타, 후반 33분 이브라히모비치(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 19라운드 미들즈브러전서 태권 동작을 연상시키는 슛으로 득점에 성공할 뻔 했다. 슛은 그물을 출렁였지만, 심판의 마음까지 출렁이진 못했기 때문이다. 심판은  이브라히모비치의 동작이 위험했다고 판단해 득점 무효를 선언했다. 득점이 인정되지 못해 아쉬운 이유가 또 있다. 이 골을 성공시켰을 경우, 이브라히모비치는 바르셀로나 메시와 더불어 2016년 최다 득점자(51) 반열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꼭 50골로 2016년을 마감했다.

2017년 첫 경기에선 지난해의 아쉬움을 달래듯, 이브라히모비치에게 행운이 따랐다. 마타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위해, 이브라히모비치가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이 장면은 오프사이드였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웨스트햄 수비 라인보다 상대 골문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지만, 심판은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 빌리치 웨스트햄 감독은 “(해당 장면은)큰 오프사이드였다. 선수들이 스프린트를 하는 상황에선 심판들은 이를 포착하기 힘들다고 항상 말하는 편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 장면서 걷고 있었다”라고 심판이 이브라히모비치의 오프사이드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분통을 터뜨렸다.

축구는 때때로 심판이라는 제3요소가 개입해 경기를 좌지우지 할 때도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최근 두 경기서 이를 모두를 경험했다. 물론 이번엔 유리하게 작용한 경우다. 어쨌든 맨유는 이브라히모비치의 골을 묶어 EPL 6연승을 완성했다.


Match Eye: 두 경기 연속 용병술을 발휘한 무리뉴

19라운드 미들즈브러전, 맨유는 후반 40분 마샬의 득점이 터지기 전까지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후반전 내내 공격적 교체(펠라이니·블린트→마타·로호, 스몰링→래쉬포드)를 단행하던 무리뉴 맨유 감독의 용병술이 경기 말미에 도달해 빛을 발했다. 맨유는 후방 한둘의 선수를 제외하곤 끝없이 미들즈브러를 두들겼고 결국 포그바가 방점을 찍는 역전골을 성공시켜 승점 3점을 챙겼다.

웨스트햄전 또한 무리뉴 감독 교체 카드의 효력이 있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무리뉴 감독은 후반 1분 다르미안 대신 마타를, 후반 13분 린가드 대신 래쉬포드를 투입했다. 마법처럼 래쉬포드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시작됐다. 래쉬포드는 웨스트햄 측면을 허문 뒤 침착하게 컷백을 내줬고, 역시 교체 요원인 마타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미키타리안 대신 스몰링을 투입하며 수비 안정화를 꾀하는 여우같은 모습도 보였다.


■ 본머스 3-3 아스널
-. 2017. 1. 4. 바이털리티 스타디움
-. 득점: 전반 16분 다니엘스, 전반 21분 윌슨, 후반 13분 프레이저(이상 본머스), 후반 25분 산체스, 후반 30분 페레스, 후반 45+2분 지루(이상 아스널)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3-3으로 비겼으니, 아스널은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마치 승리와 진배없는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불굴의 투지로 따라잡기 힘든 격차를 좁혔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선두권 싸움을 생각하면, 본머스전 무승부는 명백하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경기였다.

아스널은 유달리 수비에서 심각한 집중력 저하를 드러냈다. 오른쪽 풀백 베예린은 이날 내준 세 골 중 두 골에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다니엘스·프레이저와 일대일 싸움에서 패한 것이 그대로 실점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전반 21분 윌슨에 내준 실점은 ‘파울왕’ 조짐이 보이는 자카가 내준 페널티킥이 빌미였다. 아스널이 EPL에서 3실점을 내준 경기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리버풀전(3-4 패배)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경기 시작 후 내리 세 골을 내준 적은 처음이다. 이런 경기를 후반 중반 이후 지루·산체스·페레스 삼각 편대를 앞세운 대반격을 통해 가까스로 무승부를 만든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순위 경쟁상 어려움을 안길 무승부였다는 점은 아쉽다. 아스널은 이날 무승부로 4위로 주저앉았으며, 5~6위인 토트넘 홋스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불과 2점 차이니 추격권을 허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tch Star: 거너스의 구세주가 된 지루

이 경기의 주인공은 아스널 골잡이 지루였다. 0-3이라는 큰 점수 차로 뒤지던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아스널을 위기에서 구해낸 선수기 때문이다. 후반 25분 채임벌린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를 머리로 방향을 바꿔 산체스의 만회골을 도왔고, 후반 30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 사각으로 침투하는 페레스에게 연결하는 절묘한 패스로 두 번째 만회골이 터지게끔 했다. 그리고 모두가 본머스의 3-2 승리를 예상했던 경기 종료 직전 자카의 왼발 크로스를 이어받아 헤더로 극적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궁지에 몰린 아스널을 ‘미친’ 활약상을 통해 구해낸 것이다.

이날 경기를 통해 지루가 현재 아스널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더욱 확실해진 듯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백업 공격수’였다. 경기장에 나서면 제몫을 충실히 해주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원하는 만큼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견의 여지없이 아스널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세 경기 연속골이다. 힘겨웠을 박싱 데이에서 아스널이 승점 7점을 가져가는 데 있어 절대적 기여를 했다.


<font size=">■ 크리스털 팰리스 1-2 스완지 시티
-. 2016. 1. 4. 셸허스트 파크
-. 득점: 전반 42분 모슨, 후반 43분 랑헬(이상 스완지 시티), 후반 38분 자하(크리스털 팰리스)

스완지 시티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리그 최다 실점 팀인 스완지 시티는 후반 말미에 자하에게 내준 한 골을 제외하곤 완벽하게 크리스털 팰리스 공격을 틀어막는 수비력을 보였는데, 새로 부임한 클레멘트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이 수비력 강화에 적잖은 도움이 된 듯하다. 전반전만 해도 스탠드에 앉아 경기를 유심히 관전하던 클레멘트 감독은 어느 새인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내려와 커티스 코치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영국 BBC에 따르면 클레멘트 감독이 가이드를 주기 위해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완지 시티는 자하에게 하프 발리를 허용하긴 했지만 모슨과 페르난데스로 꾸려진 중앙 수비는 대단히 건실한 모습을 보였다. 수정궁에서 그들은 오직 세 개의 유효 슈팅만을 허용했다.

이뿐 아니라 용병술도 거의 적중했다. 다이어의 활약은 부족했지만 후반 중반부에 투입된 페르와 랑헬은 어시스트와 위닝 골을 합작해내며 클레멘트 감독에게 승리를 안겼다. 아직 공식 데뷔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클레멘트 감독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승리다. 커티스 감독대행은 경기 후 “아주 많은 말을 하진 않았다. 선수들의 정신적 부분을 언급했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클레멘트 감독의 가이드로 스완지 시티는 수비와 밸런스에서 향상될 기미를 보이며 반등을 희망해 볼 수 있게 됐다. 현지에선 클레멘트 감독이 스완지 시티의 약점으로 꼽히는 수비 불안을 해소하는데 집중할 것이며, 겨울 이적 시장 행보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라운드에서 부상 복귀한 기성용은 공수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소화하며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새 감독 체제에서 달라질 기성용의 입지도 기대가 된다.



Match Issue: ‘코치왕’ 클레멘트가 왔다

클레멘트는 ‘코치왕’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코치 경력 하나만큼은 톱클래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얘기다. 가히 코치계의 무리뉴라 할 수 있는데, 2007년 첼시 코치를 시작으로 2012년 파리 생제르맹 코치, 2013년 레알 마드리드 코치, 2016년 바이에른 뮌헨 코치 등 유럽 빅 리그 빅 클럽의 코치를 한 번씩 역임했다. 게다가 전부 수석코치였다. 그야말로 최강의 코칭 커리어를 보유한 셈이다. 이렇듯 그가 이색적이고 훌륭한 코칭 커리어를 닦을 수 있었던 계기는 2009년 첼시에서 안첼로티 감독과 인연을 맺으면서부터다. 가만히 살펴보면 안첼로티 감독과 첼시 이후 행보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그가 팀을 옮길 때마다 클레멘트 감독을 데리고 왔다.

그러다 감독 일자리가 생기면 클레멘트 감독은 새로운 팀에서 격상된 신분으로 지휘봉을 잡곤 했다. 2015년 6월엔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을 경질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더비 카운티의 제의를 받고 지도자 커리어 처음으로 프로 감독직을 맡았다. 더비 카운티에서 42.4%(14승 12무 7패)의 승률을 보인 그는 약 8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안첼로티 감독이 부임한 바이에른 뮌헨 수석 코치직을 맡게 됐다. 그러다가 영국 출신에다 잉글랜드 팀 지휘봉을 잡은 이력의 감독을 찾고 있던 스완지 시티의 레이더망에 들어왔는데, 공식전을 치르기도 전에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됐으니 출발은 대단히 좋은 셈이다. 그는 2015년 더비 카운티에서 FA(영국축구협회) 올해의 1군 감독상을 받을 만큼 프로 첫 감독 커리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 스토크 시티 2-0 왓퍼드
-. 2017. 1. 4. 벳365 스타디움
-. 득점: 전반 45+2분 쇼크로스, 후반 4분 크라우치(이상 스토크 시티)


크라우치가 두 경기 연속골로 맹활약한 스토크 시티가 다섯 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의  부진을 딛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크라우치는 팀의 영웅이었다. 직접적 도움이 없었던 첫 골도 크라우치의 공이 컸다. 신장이 201㎝인 크라우치를 향해 세 명이 밀착 마크를 하는 동안 낮고 빠른 크로스가 날아왔고, 동료 쇼크로스는 상대적으로 수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슈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왓퍼드의 수비수들이 골대와 먼 쪽에 서 있던 크라우치 주변에만 잔뜩 몰렸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라우치는 후반 초반 왓퍼드의 반격이 한창 거세질 즈음 이를 단 번에 누르는 깔끔한 쐐기골을 넣어 팀에게 승점 3점을 안겼다.

최근 크라우치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건 기존 강점이었던 공중뿐 아니라 원터치의 짧은 발 밑 패스로 만드는 연계가 능숙한 때문이다. 후반 초반 만든 쐐기골도 머리가 아니라 빠르게 공간을 찾아들어간 두 다리와 어려운 크로스를 정확히 마무리한 발끝이 만들었다. 크라우치는 지난 라운드 첼시전서도 머리로 떨구는 도움 한 개와 발을 활용해 한 골을 넣는 등 육·공서 모두 경쟁력을 갖추는 모습이었다. 크라우치는 지난 시즌 리그 열한 경기서 무득점에 그치는 등 전성기가 다소 지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장신 스트라이커의 장점인 공중 장악력에 더해 기민한 발 밑 움직임까지 더하며 자신의 입지를 충분히 다지고 있다. 두 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부활을 노래하는 크라우치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Match Issue: 크라우치와 하늘을 양분했던 장신 공격수들은

크라우치는 한때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서 없어선 안 될 공격수였다. ‘삼사자 군단’서 42경기에 출전해 22골을 넣었고, 2006-2007시즌 리버풀 소속 때와 2011-2012시즌 스토크 시티 소속 때엔 자신만의 확실한 색을 앞세워 많은 공격 포인트를 쌓기도 했다. 한때 잠시 부진하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리그에서 거의 유일한 ‘장신 공격수’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크라우치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유럽 축구에는 크라우치처럼 농구 선수 못지않게 돋보이는 키를 활용한 장신 스트라이커들이 꽤 많았다. 먼저 떠오르는 건 크라우치와 함께 유럽 하늘을 양분했던 체코의 202㎝ 공격수 콜러(은퇴)다. 체코 축구 국가대표팀서 91경기 55골을 넣을 만큼 대단한 폭격기였으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뉘른베르크 등서 뛰며 분데스리가 152경기 61골을 넣었다. 상대 수비수 둘이 함께 떠도 머리 위에서 헤딩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곤 했다. 또 다른 공격수는 세르비아 출신의 지기치(은퇴)다. 지기치 역시 발렌시아와 라싱 산탄데르 등 주요 클럽서 활약했으며, 버밍엄 시티 시절 EPL서 크라우치와 맞대결을 하기도 했다. 크라우치로선 과거 비슷한 유형 선수들이 모두 은퇴한 가운데 홀로 남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셈인데, 언제까지 그 역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글=손병하·김태석·임기환·안영준·조남기 기자(www.bestel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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